기타
사랑의 단상 - 롤랑 바르트
담배피는까마귀
2024. 11. 17. 23:19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저자는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사랑을 메타적 언어로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보다는 사진첩에 가깝다. 사랑에 관한 이미지와 행위의 나열.
책을 일기에 앞서 '문형(figure)'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문형은 담론의 파편이다. 담론의 라틴어적 어원은 'dis-cursus', 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행위, 왕래, 교섭, 음모 등을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늘 돌아다니고, 사랑을 위하여 음모를 꾸미기 멈추지 않는다. 그러한 담론의 파편이 문형. 그러니 [사랑의 단상]은 사랑하는 자의 행위의 단편인 것이다.
사랑의 행위에서, 사랑하는 자가 사랑하기 위하여 '고행ASCESE'을 겪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기록한 책.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이여, 사랑에 대하여 알려 하지 말라. 사랑에 빠진 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사랑을 해봤지 않겠는가. 놀랍게도 사랑에 빠진 이의 행위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다.
예를 들어보자.
사랑하는 이에게 연락을 보낸다. 답장이 없다. 이때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말(parole)은 '재고품(ivnendu)'이 된다. 제때에 (그 움직임 속에) 소비되지 않아 남아도는 것.
아름답다.
엄청나게 재밌지는 않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읽지는 말자. (사실 매우 어려워 필자도 힘들게 읽었다.)
언젠가 생길(생기겠지?) 나의 연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