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횡단 - 이수명
담배피는까마귀
2024. 12. 1. 22:25
횡단은 시를 신비화 한다.
다시 돌아와 버렸다. 시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는데. 시를 쓸때 나는 나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헤집고, 정제한다. 내 시는 검붉은 색을 띄고 있다. 비단 나 뿐만은 아니겠지, 자기 자신으로부터 글을 뻗어내는 작가들은 비슷할 터이다. 고통스럽다. 안온함에서 좋은 글은 나오지 않았다, 나한테는 그랬다. 시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알을 깨고 나가면 시가 있었다. 시는 나의 명일지도 모른다.
횡단을 읽어나가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나의 본질을 이해받는 감정, 이해는 다른 말로 사랑이라 부른다. 울먹임 없는 뜨거운 눈물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참을 수 없이 기뻤다. 울다가 웃다가, 가만히 있지는 못했다. 나는 어디론가 나아갔다.
'시인이 되고 싶거나', '시를 쓰고 싶거나', '한국 아방가르드 시의 계보를 알고 싶거나', '포스트모더니즘이 한국 시에 미친 영향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책을 읽으며 재능의 차이에 절망감을 느꼈다. 사실 나의 '시'에 대한 재능은 미천한 수준이다. '시인'이라 불리기는 부끄러우며, '아마추어' 중에서도 낮은 순위일 터이다. 다만 아마추어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라틴어 'amator'(사랑하는 자)까지 도달한다면 혹시 모르겠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충분히 크다고 자부할 수 있다.